"..그리고 주인장이 가라사대 댓글이 있으라 하시매 댓글이 있었고 그 댓글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 블로그 매너서 1장 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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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9.29 딜레마. 2

딜레마.

고양이 - Cats 2009. 9. 29. 05:22
지금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하다가 잠들었다 깼다를 반복하고 있다가 답답한 마음에 아무도 보지 않을 곳에 글을 써 본다. 평소 옆에서 총을 쏘고 있어도 잘 수 있는 난데 이런 꼴이라니... 친구들이 보면 반은 믿지 못하고 반은 웃으리라.

난 몇달 전부터 위카라 이름지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그런데 신장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란다.

그동안 몇 군데의 병원을 가 보았는데, 결국 돌다 돌다 서울대 동물병원까지 가게 됐다. 아는 누님이 내가 꼭 이럴거라고 한 적이 있는데 참 무서울 정도로 날 잘 꽤뚫어 봤다 싶다.아무튼... 그런데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주치의에게 들은 말은 전반적으로 너무... 검고 어둡다. 맨 처음 진단이랑 결과적으로 바뀐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수술의 위험성만 더 자세히, 뼈저리도록 구체적으로 알았다는 정도....

물론 그렇게 말 할수 밖에 없는 수의사들의 사정이란 것, 모르고 있지 않다. 리스크를 모르고 수술을 결정한다는게 말이 안되잖는가? 아니, 애초에 제가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면서 진찰받은 이유 자체가 바로 그 놈의 리스크를 알기 위해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너무 가혹하다.  현실의 무게가 무겁다는게 이런 말일까. 난 수술을 하는 것이 확실히 낫다라는 그런. 확신이 들 한마디가 듣고 싶었는데 현실은 그런 배려따위 해 주지 않는다는걸 느꼈다. 내게 돌아온 말은 잘못될 수 있는 것들 뿐.

사람이었다면 이런 리스크가 있다 해도 수술을 하는데 이렇게까지는 망설여지지 않았을거다. 환자 본인이 회복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할 수도 있고 수술 후 괴롭다 하더라도 그걸 이해시키고 진정시킬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위카는 말이 안 통하는 동물이다.

수술을 하고, 회복을 해야 하고, 그 여러가지 도사리고 있는 리스크 들 중 하나라도 걸리면 또 이어질 장기간의 치료... 그리고 스트레스... 그런데서 올 아이의 심적인 상처를 치료할 충분의 시간에 대한 확답을 받을 수 없는 지금, 실날같은 희망을 잡으려고 이해하지도, 앞으로도 이해할 수가 없는 아이를 찢고 열고 꿰메고 해는게 낫다고 결론이 나질 않는다.

이 아이는 어떨까.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안 좋을 경우... 이 고양이는 행복했다고 말 해 줄까? 아니면 얼마가 될 지 모르지만 남은 여생을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나을까?.위카는 어느 쪽이 좋을까... 여기서 내가 해야 하는 건 무엇인가... 아무도 결정을 도와 줄 수 없고 나 혼자 해야 하는 결정이란게 너무 무겁다. 갑갑하다.



...


마음이 무겁다. 오늘 퇴근 후... 지인들 몇몇이랑 상의해 보긴 하겠지만....

Posted by Vulpes.Noc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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