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주인장이 가라사대 댓글이 있으라 하시매 댓글이 있었고 그 댓글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 블로그 매너서 1장 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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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0 비둘기 4

비둘기

일기-Diary 2009. 2. 20. 16:50
지금 난 복도형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한달쯤 정도 전부터였던가... 내가 사는 곳은 13층이나 되는데 비둘기가 난간에 와서 앉아 있던 것이다. 하지만 뭐 딱히 피해 끼치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무덤덤하게 넘겼었는데.. 지지난주쯤 부터 아침마다 복도에서 구구구구구 거리는 비둘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거였다. 하지만 늘 급하게 집에서 나서는터라 제대로 확인을 안하고 다녔는데, 지난주에 집에서 나서다가 무심코 왼쪽을 봤더니 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복도에서 있던 비둘기

비둘기가 둥지를 틀었다. -_- (사진이 흐릿해 죄송)


아니 사실 이 광경을 보기 하루인가 이틀 전에 구석에 뭔가 잔뜩 모여 있는걸 보긴 했지만 그냥 의례히 날아오는 지푸라기나 나뭇잎 같은게 구석에 모인거겠거니 했는데 설마 진짜 둥지였을줄은 몰랐다. -_- 애초에 도시의 비둘기라 사람 별로 무서워하지도 않고, 모성애가 강하다더니 확실히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큰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갖다놓은 자두상자

둥지옆에 뻘쭘하게 놓아진 상자.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근데 내가 출근해 있는 동안 이 층에 사는 다른 사람도 이걸 봤는지... 이번주 들어서 누군가가 자두상자를 갖다 놨다. 속에 화장실 매트 같은것도 넣어서. 하지만 그냥 보기만 할 뿐, 활용하진 않았다.

상자로 집을 옮긴 비둘기

그러나 둥지가 사라지자 상자로 이사한 비둘기 내외


그러다 그저께 퇴근하면서 보니 원래 얘네들이 지어놓은 둥지는 아예 치워버린듯 하다. 이럴줄 알았음 사진을 찍어놓는건데. 나뭇가지 같은거 말고도 전선같은것도 가져와서 얼키설키 잘 엮어 놓았었다.

그런데 상자 위치도 바뀌고 애초에 지어놓은 둥지도 없어졌는데 어떻게 바로 저 상자를 둥지 대신으로 활용하더군. 적응력이 대단하다고 해야 하는건지... 누가 둥지를 치웠다는 사실은 관심이 없는거냐 니들. -_-

비둘기 알

비둘기 알. 생각보다 너무 깨끗해 보였다. 메추리알보다 좀 큰 정도?


그리고 어젯 밤에 보니... 알이 있었다. (사진은 오늘 아침에 찰칵). 인터넷에 찾아보니 원래 비둘기는 2개씩 알을 낳는다던데 어떻게 된 심판인지 하나밖에 없었다. 어쩌면 둥지 치운 사람이 그냥 치워버린 거였을지도? 근데 내가 퇴근하고 청소한다고 들락날락하면서 보면 전혀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 보이질 않던데 아직 풀리지 않은 날씨에 부화할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게다가 부화한다고 해도 새끼가 제대로 생활할 수 있는 비둘기가 되려면 한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던데 보통은 사람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알을 낳는다는 비둘기가 왜 아무나 들이닥칠수 있는 아파트 복도 끝에 자리를 잡았는지 이해불가다. -_-

아무튼 다른 글을 보면 비둘기가 둥지틀면 털 날리고 냄새난다는데 아직은 쌀쌀하고 내가 하루종일 직장에 있어서 그런지 별로 그런건 느낄 수 없었다. 알은 하나 뿐인데다 내가 딱히 지켜줄수 있는건 아니다만 무사히 부화해서 밤마다 서울의 길 곳곳에 구워지는 빈대떡을 깨끗히 청소해 주려므나.


Posted by Vulpes.Noc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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